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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기자 현장취재기] 숭인동 골목길, 한의원에서 피어난 지혜의 숨결,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박재현 2026.04.16 조회 251

[현장] 숭인동 골목길, 한의원에서 피어난 지혜의 숨결,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재개발 물결 속 지켜낸 전통 가옥, 전 세대 아우르는 평생교육 거점으로 진화

□ 과거의 서까래 아래 미래의 빛이 들다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전경(사진제공=김윤경기자)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전경(사진제공=김윤경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공간이 있다. 도담도담 한옥도서관은 종로구 숭인동의 좁은 골목길 사이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특별한 장소다. 현대식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거리 한편, 낮은 담장 너머로 드러난 기와지붕과 단정한 간판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붙잡는다.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다. 과거에는 지역 주민들의 몸을 돌보던 한의원이었던 공간이, 오늘날에는 마음을 채우는 지식과 쉼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재개발로 급변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오히려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으며 지역의 중심을 지켜온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 잡았다.

□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건축미, 마을의 ‘사랑방’ 되다

중정과 쪽빛 천연염색 커튼(사진제공=김윤경기자)
중정과 쪽빛 천연염색 커튼(사진제공=김윤경기자)

도담도담 한옥도서관은 2014년, 전통 가옥 보존과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건물은 전통 한옥의 구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기와지붕 아래로는 넓은 유리 창호가 배치되어 있어 외부의 빛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ㄷ’자 형태로 구성된 건물은 가운데 마당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이 중정은 도심 속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흙내음을 전하며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정서를 선사한다. 실내로 들어서면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라는 이 공간의 정체성이 더욱 또렷해진다. 천장에는 옛 한옥의 목재 서까래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노란색 구조물은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창가에 걸린 쪽빛 천연염색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은 공간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며, 책을 읽는 이들에게 편안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 3,000권의 장서, 정보의 문턱을 낮추다

한옥도서관 서고(사진제공=김윤경 기자)

한옥도서관 서고(사진제공=김윤경 기자)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곳의 내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약 3,000권에 달하는 장서에는 한국문학, 아동 도서, 인문 교양서 등 다양한 분야가 고루 갖춰져 있으며, 특히 전통문화 관련 자료가 풍부해 ‘한옥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체성을 드러낸다. 또한 무료 Wi-Fi와 디지털 시설을 갖춰 정보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전통 공간 속에서도 현대적인 학습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서가 한편에 마련된 ‘연간 대출 TOP 50’ 목록은 지역 주민들의 독서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지표이자, 또 다른 독서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에게서 드러난다. 오전 시간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즐기고,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한다. 오후가 되면 방과 후 아이들이 모여들어 책과 놀이를 통해 꿈을 키우고, 주말에는 젊은 세대가 감성을 충전하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도담도담 한옥도서관은 세대와 시간을 아우르며 살아 숨 쉬는 ‘성장 생태계’로 기능하고 있다.

□세대를 잇는 '도담도담' 성장 생태계

중정의 다른면 과 프로그램 포스터(사진제공=김윤경)

중정의 다른면 과 프로그램 포스터(사진제공=김윤경)

또한 이곳은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교육과 실천의 장이기도 하다. 담벼락에 붙은 환경 분리배출 캠페인 포스터처럼, 작은 실천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는 도서관이 지식의 축적을 넘어, 삶의 태도와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담도담’이라는 이름에는 아이가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 이름처럼 이곳은 세대를 잇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지역의 삶을 조용히 지탱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숭인동 골목길 끝에서 만나는 이 작은 한옥 도서관은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에 따뜻한 숨결을 더하고 있다.

<서울=나우인터넷뉴스=김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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